순수산 이야기[2]/17개, 국립공원등산

[17-7] 계룡산, 도 닦는 마음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을 오르고 내렸다.

순수산 2015. 10. 2. 08:23

 

 

 

 

충남 태안 신두리해수욕장 부근의 펜션에서 1박2일 가족모임을 끝내고 11시에 헤어졌다. 다들 귀가하는데 우리부부만 곧바로 산행갈 준비를 했다. 주변 관광을 하다가 계획했던대로 다음날 계룡산을 가려고 했는데, 오후시간에 충분히 산행을 마무리할 것 같아 곧바로 2시간을 달려 계룡산에 도착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산행, 특히 나의 버킷리스트를 하나 달성한다는 생각에 설레이는 산행이 되었다.

 

산행코스는 동학사-은선폭포-관음봉(766m)-삼불봉(775m)-남매탑-동학사/6.2km(5시간)

 

시내권과 가까운 계룡산은 명절연휴를 즐기고자 하는 많은 인파로 주차장이 가득찼다. 꼭 등산이 목적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산책을 하려고 편안한 마음으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마트에서 김밥 두줄과 맥반석 계란과 물을 사서 가방에 넣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한여름이 아니기에 6시만 되어도 산속은 어두컴컴해진다. 그렇기에 서둘러야했다.

 

계룡산은 우리나라 4대 명산의 하나이며 높이는 845m이다. 차령산맥 서남부에 있으며 금강에 의한 침식으로 이루어졌다. 산세가 험하며, 노성천·구곡천·갑천 등이 발원하여 금강으로 흘러든다. 주봉인 천황봉을 비롯하여 연천봉·삼불봉·관음봉·형제봉 등 20여 개의 봉우리들이 남북방향으로 이어지다가 동쪽으로 2줄기, 서쪽으로 1줄기를 뻗치고 있는데, 전체 모습이 닭볏을 쓴 용과 같다고 하여 계룡산이라 했다. [다음 백과사전 발췌]

 

군사시설이 있기에 천왕봉은 못가고 관음봉을 목표로 오르는데, 오르는 내내 돌계단이다. 딱딱한 돌계단에 경사까지 급해서 이루말할수 없이 힘들었다. 정말로 도 닦는 기분으로 한걸음씩 발걸음을 옮겼다. 충남쪽에 올여름 가뭄이 심하긴 했나보다. 은선폭포의 물줄기를 기대했는데 깡말라 있었다. 계곡에도 물이 매말랐다. 그래서인지 오르는 내내 더 폭폭했다.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관음봉까지 올랐다. 쉼터에서 사과를 먹으니 그나마 힘이 났다. 김밥 한줄에서 달랑 3개를 먹고 나니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았다. 내려갈 일이 까마득했다. 그런데 남편은 오던 길이 아닌 좀 멀더라도 다른 길로 내려가자고 했다. 하기사 돌계단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길은 더 힘들기에 그렇게하자고 했는데, 그 다른 길이라는 것도 쉬운 길은 아니였다. 돌계단뿐 아니라 철사다리 계단까지 합세했다. 푹신한 흙을 밟고 싶은데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는다.

 

힘든 계룡산행 중에서 그래도 한자락 기쁨을 준 것은 가을하늘이었다. 구름이 장난을 치듯 멋진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태양이 레이저 광선을 쏘듯 지상으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비록 역광이지만 그 하늘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어봤다. 그림자처럼 어둡게 나와도 멋진 광경이었다. 6시, 산행을 끝내고 동학사쪽으로 내려오는데 큰 숙제를 끝낸것처럼 그때사 홀가분했다. 산에 오를때는 목표를 두고 서로 10미터 쯤 떨어져서 각자 외롭게 걷다가 힘든 산행을 끝낸후 남편과 함께 손을 잡고 내려왔다. 산에 오를때는 남이였는데, 긴긴시간 역경을 함께 겪다보니 끈끈한 정이 생겨서 가족이 된 듯한 느낌이였다.

 

810m 고지의 백아산을 오른지 이틀만에 775m 고지의 계룡산 삼불봉까지 완전 유격훈련이 따로 없다. 그러나 도전한 자만이 성과가 있듯 산행마다 스토리는 남게 된다. 우리는 쌓인 피로를 풀겸, 또한 하룻밤을 자고 귀가해야 했기에 24시간 영업하는 계룡산 온천찜질방에 들어갔다. 100%온천수와 참숯만 사용한 황토방에서 하루의 피로를 푸는데 내안으로 가득 기쁨이 밀려왔다.

 

산행후 온천욕이 주는 행복이 크다. 남편은 준비해간 맨소래담을 내 종아리와 발목에 골고루 발라준다. 따뜻한 황토방에서 땀 한번 쭉내고 시원하게 식혜를 마시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다음 국립공원 산행은 어디가 될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총21개의 국립공원 중에 5개를 제외하면 모두 산이다. 16개의 산 중에서 계룡산까지 8개를 올랐다.

 

 

 

 

 

[말라있는 은선폭포]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

 

 

 

 

 

 

[마음에 쏙든 가을하늘]

 

 

 

 

 

 

 

 

 

 

 

 

 

 

 

 

 

 

 

 

 

 

 

 

 

[나를 찍어준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