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여행,일상을 벗다

[장성 입암산성] 운동으로 흘린 땀은 기분 좋다.

순수산 2018. 8. 13. 16:33

 

 

 

 

7월 7일, 이주 전만 해도 장성 입암산성은 계곡의 물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장마가 바로 끝난 시점이라 물이 많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7월 21일 권사 친구들과 함께 갔던 입암산성은 가뭄에 계곡이 말라있었다. 물소리라도 들으며 산행을 했다면 더 시원했을텐데, 우리는 습한 공기 속에서 땀으로 목욕을 하며 입암산성 남문까지 올라갔다. 그도 그럴것이 산행하기엔 저질체력을 가진 권사들이 있었으니 산행 대장으로서 좀 난감했다.

 

그래도 어찌나 즐겁게 산행을 즐기던지, 간식을 먹으러 온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푸짐하게 챙겨왔다. 뭐든 먹는 것이 남는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많이 싸왔다. 모처럼의 산행이라 설레기도 했고 특히 한여름에 산행은 거의 가지 않는데, 내가 대장으로서 이끌고 간다고 하니 믿고 따라온 친구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아침 8시30분에 집합해서 오후3시에 귀가 예정이라며 산행 세부사항을 미리 통보했더니, 각자 바쁜 스케쥴이 있는데도 너무 좋다며 더 늦게까지 함께 있고 싶다고 했다.

 

숨이 가파서 200m 이상은 오르지 못한다는 친구는 수영을 배운 덕분에 씩씩하게 잘 걷는다. 힘들어하는 친구의 가방까지 대신 들어준다. 한 친구는 이렇게 운동으로 흘린 땀이 얼마만인지 모른다며 힘들어하면서도 꿋꿋하게 잘 걷는다. 본인이 생각해도 기특한 모양이다. 가을에 또 한번 산행을 추진해달라고 미리 예약까지 한 친구도 있다. 좋긴 좋았나보다.

 

워킹맘으로 집안일과 직장일과 자녀 챙기기까지 최고로 바쁘게 사는 우리 나이가 아닌가. 정작 나 자신을 위해 한 것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을 정도로 누구의 아내, 엄마, 며느리, 직장인으로 살았던 우리다. 그러니 또래 친구들 모임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시간을 쪼갰다는 것 자체로 좋다.

 

한 상 거하게 차려진 맛난 음식을 먹었다. 우리 주부들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은 누가 차려준 밥상이라고 하지 않는가. 시원한 카페에서 홍삼과 더덕을 넣어서 갈아준 건강음료를 마시니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하다. 땀 흘려서 비워진 곳에 시원함을 채우고 웃음과 행복까지 채웠던 즐거운 하루를 잘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