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산 이야기[2]/힐링,나의 산얘기

[순창 강천사] 산도 휴식이 필요하다

순수산 2018. 12. 12. 09:53

 

[숲 해설가님이 찍어준 사진]

 

 

 

 

순창 강천사는 올 여름에 다녀왔는데 교회 산악회 회원들과 겨울에 다시 찾아갔다. 강천사는 사계절이 아름다운 곳이라 자주 가는 곳이며 왕복 1시간 정도의 거리라 가까워서도 자주 찾게 된다. 가을이 되면 붉은 단풍이 예술이다. 단풍터널 길을 걷다보면 무릉도원에 와 있는 기분이 들 정도다.

 

아침 일찍 서둘러서인지 강천사에는 우리 일행 6명 외에는 다른 산객이 보이질 않는다. 강천사의 여름은 시원한 계곡에서 놀기 좋고, 가을에는 단풍 놀이를 하기 위해 산객들이 많은데 사실 겨울에는 조용한 편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들만의 세상인 것 같아 더 좋았다.

 

각자 싸들고 간 간식은 차 안에서 거의 다 먹었다. 특별히 산행이랄 것도 없는 가벼운 산책이라 쉼터에서 먹기가 어중간 했다. 여자 셋, 남자 셋, 단출해서 좋았다. 3천원씩 하는 입장료를 내고 걸어 들어가는데 산책 길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동일한 길인데 여름보다 산책 길이 훨씬 넓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나뭇가지의 잎이 다 져서 그런 것 같다.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를 보고 있으니 자연은 이미 삶의 군더더기를 모두 떨구어 내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버리고 비워내는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자연 속에 들어가면 생각지도 못한 공부를 하게 된다. 나도 자연의 이 모습을 닮아가고 싶다.  세상의 근심과 욕심 모두 버리고 아주 홀가분하게 가벼운 몸으로 살고 싶다. 은은하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한걸음씩 걷는데 산이 내 친구가 되어준다.

 

몸과 마음의 휴식을 위해 산에 간다. 그런데 산도 휴식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늘 나에게 넉넉한 휴식의 자리를 마련해 준 산이 오늘따라 더욱 고맙다. 그러면서 산도 조용하게 지내며 보내고 싶은 휴식같은 시간이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산에게도 겨울이 필요하구나. 물놀이 인파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던 산이 겨울이 되자 이렇게 조용하고 한적하구나. 나에게 모든 것을 다 해줬던 엄마도, 때론 엄마의 엄마가 생각나고 필요하듯이 산도 휴식이 필요하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길게 가려면 쉬었다 가라고 했듯이 산 보호를 위해 휴식기간을 지정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매달 산행을 가게 되면 산행 후 산악회 밴드에 그달의 단체사진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단체사진을 찍어줄 산객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구장군 폭포까지 왔는데 우리 외에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다행히 저수지 쪽에서 나이 지긋한 일행이 온다. “저희 단체사진 한 장 찍어주세요.”라고 말했더니 감사하게 숲해설가를 만났다. 풍광이 좋은 곳이 있다며 이왕이면 뷰가 좋은 곳에서 찍자고 우리를 몇걸음 걷게 했다. 멋진 배경을 삼아 사진을 찍어주려고 하면서, “부부가 짝끼리 맞쳐서 서 보세요.”라고 말한다. 우리를 부부 일행으로 생각하셨나보다.

 

“부부, 아니거든요. 오늘 처음 보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며 우리는 서로 웃었다. 병풍 폭포를 거쳐 구장군 폭포까지 그리고 강천 저수지를 거쳐 구름다리까지 오전 산행을 즐겁게 잘했다. 오후 일정이 없었다면 형제봉까지 다녀왔을텐데 아쉬움을 뒤로한 채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12월 겨울바람이 깨나 차가웠지만 우리의 마음은 산행으로 따뜻하게 데워졌다. 적당히 땀을 흘렸고 점심식사로 먹은 오리 샤브샤브 요리가 한마디로 끝내주는 맛이었다. 얼마나 행복하게 식사를 잘 했는지 모른다. 이런 맛은 어디서도 맛보지 못할 것 같다. 운동 후에 먹은 음식은 일단 맛있다. 다음 산행이 벌써 기다려진다.

 

 

[구장군 폭포 앞에서]

 

[구장군 폭포 앞에서]

 

 

[이렇게 씩씩하게 걷는다]

 

[대나무숲 길에서]

 

[병풍 폭포 앞에서]

 

 

 

 

 

 

 

[강천 저수지에서]

 

 

[나는 자유인이다]

 

 

[구름다리에서]

 

 

 

[여성 전용화장실에 걸린 사진/ 현수교 모습]

 

[오리 샤브샤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