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두 번 등산하기 빠듯한데 새해 첫날 무등산을 다녀온 후 넷째주에는 추월산에 다녀왔다. 추월산, 하면 7년 전에 히치하이킹 했던 생각이 난다. 당시는 스마트 폰이 아닌 폴더 폰을 사용했었는데 추월산 정상에서 주차장 반대편으로 하산하는 바람에 길을 잃었던 사건이 있었다. 영화에서나 봤던 지나가는 차를 잡아 세워서 우여곡절을 겪은 후 다행히 우리 차가 있던 주차장으로 오게 된 일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생각이 난다.
그 사건이 있는 후 2년 전 한여름에 다녀온 후 다시 5년 만에 겨울이 되어서 찾아갔다. 이번 산행에 특별히 기억에 남은 것은 1,122개의 계단이다. 다음 사람을 위해서 누군가가 친절하게 한 블록의 계단이 끝날때마다 계수를 해놓아서 알 수 있었다. 계단이라는 말을 한자로 쓴 것을 보니 분명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숫자가 없다면 그냥 무심코 올랐을 것인데 우리도 계단을 더해 가면서 오르니 한결 수월했다.
처음에 남편은 우리가 가보지 않은 코스로 등산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는 극구 사양했다. 남편은 치명적인 길치다. 7년 전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산은 계절마다 모습이 다르다. 또한 등산할 때와 하산할 때의 모습도 다르다. 그러니 정말로 하산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보리암 정상에서 추월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1등산로에서 3등산로의 길을 선택했다. 왕복 5.6km이며 4시간이 걸렸다.
산 입구부터 보리암 정상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평지도 내리막도 없는 오로지 오르막이다. 그래서 추월산 등산이 힘들다고 한다. 게다가 계단이 많아서 산행은 더 힘들다. 그러나 겨울 산은 산객이 별로 없어서 고즈넉하고 조용해서 좋다. 추월산 정상(731m)에 도착하니 우리 둘 뿐이다. 재미삼아 사진을 연출해서 몇 장 찍었다. 그러면서 별것도 아닌 것에 또 웃는다. 평평한 자리를 잡고 간식을 꺼냈다. 힘든 산행 후 먹는 간식은 항상 맛이 좋다. 구운 계란과 초코파이, 사과, 귤, 커피가 전부인데 산이 아닌 다른 곳에서 먹었더라면 이처럼 감동은 주지 않았을 것이다.
산행은 세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등산과 하산이고 둘째는 맛집 투어이고 셋째는 온천 코스다. 이제 한가지를 잘 마무리 했으니 두번째 코스로는 맛집인 솔내음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추월산에 가면 항상 찾는 단골 식당이다. 주인장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메기매운탕을 먹는데 이 집은 일단 주메뉴도 좋지만 맛깔스러운 반찬과 밥이 일품이다. 2인분인데 매운탕도 푸짐하게 주셔서 결국 남은 것은 포장해 왔다. 선물로 받은 쿠폰이 있어서 자주 찾은 대나무랜드 온천에서 개운하게 씻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깃털처럼 마음이 가볍고 행복했다.
1,122개의 계단을 오르는 추월산은 숨가쁘게 힘들었고 내려올 때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래도 다리가 아무리 아파도 산행으로 인한 고통은 종종 느끼고 싶다. 산행한 자만이 느낄수 있는 가슴 뻐근한 고통이 아니던가.
[등산 후 먹는 간식은 다 맛있다. 최고의 간식]
[담양호가 한눈에~ ]
[추월산 오르막이, 유격훈련 수준]
[1000 계단에서 인증샷]
[총계단 1122 계단에서 인증샷]
[메기매운탕, 공기1개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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