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필집 『내 인생의 책을 쓰다』이 출간된지 한달이 되어간다. 수많은 퇴고를 거쳐서 내 글이 한 권의 책이 되어 손에 들어왔을 때의 황홀한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힘들게 출산한 자녀를 품에 안은 달뜬 기분이었다.
책을 받고 일주일 동안은 밥을 먹어도 몸무게가 2kg이나 빠졌다. 갑자기 오른쪽 귀에서 둔탁한 ‘삐~’ 소리가 났다. 이명이라는 것이 처음 생겼고 청력검사도 받고 약을 복용했다. 잠을 자면 숙면을 취하는 편인데 여러번 뒤척이며 새벽에 깨어나곤 했다. 처음 있는 일이랑 당황스러웠다.
이번 출간은 판매의 목적이 아니기에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는 보내지 않았다. 반세기의 삶을 살면서 그동안 기록한 글을 모아서 책으로 엮었다. 300여 명의 지인에게 일일이 친필 사인을 해서 선물로 나눠줬다. 책을 전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책을 선물로 주지 못한 지인들에게는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책을 받은 가족들, 회사 대표님과 동료들, 친구들, 교회 교사들과 제자들, 같이 공부하는 문우들이 책을 받고 내게 축하한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해줬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잘 읽고 독후감도 쓰겠다고 했다. 내 가족이 작가라서, 내 친구가 작가라서 그들이 행복하다고 했다. 작가가 직접 책에 사인까지 해줘서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했다. 책 쓴 보람이 생각보다 크다. 조촐하게 출판을 기념하는 축하 모임도 가졌으며 그때마다 내가 주인공이 되었고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회사 대표님이 축하금을 거하게 주셨다. 그러면서 글을 쓰느라고 고생이 많았다며 회식자리도 마련해 주셨고 책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귀한 시간도 가졌다. 어떻게 옛날 일을 다 기억해서 썼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아버지의 부재⌟라는 글을 읽을 때는 내 아버지가 생각나서 눈물을 흘렸다는 직원도 있었다.
친정 오빠와는 데면데면 지내는 사이였는데 오빠는 내 책을 감명 깊게 잘 읽었다면서 앞으로 나를 존경하며 살겠다고 했다. 오빠는 책값은 미리 송금한 후 지인들에게 동생이 작가라고 자랑하고 싶다면서 20권의 책을 보내주라고 했다. 한 친구는 “책은 절대 그냥 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찻값이라도 하라며 봉투에 축하금을 담아 준 친구들도 있었다. 볼수록 멋진 친구들이다. 책을 쓰는 네가 내 친구라서 자랑스럽다는 친구를 비롯해서 책 내용 중에 쓴 ⌜순수산 가족신문⌟을 보기 위해 우리 집을 꼭 방문하겠다는 지인도 있었다.
내 책을 읽고 100여 명의 사람들이 감동의 문자를 주거나 전화로 축하를 해줘서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다. 출간 후에 이런 감동의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에 어리둥절하면서도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다. 책이 세상에 나온 뒤로 주변인으로부터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더 좋은 사람으로 선한 영향력을 주며 살아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
특히 ⌜702호 병실의 의 'H'⌟와 ⌜접촉사고 덕에 이웃과 접촉하다⌟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준 지인들에게 책을 직접 전달할 때 얼마나 뜻깊었는지 모른다. 그들은 본인의 이야기가 책에 나왔다는 사실에 가문의 영광이라며 행복해 했다. 그리고 블로그 친구는 “책을 쓴다는 것은 시간을 정지시켜 놓은 사진처럼 내 생애가 시간에게 굴복당하지 않고 세월이 흘러 내가 사라진다고 해도 영원히 남아있을 보물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겨 그동안 책을 쓰면서 힘들었던 시간을 깡그리 잊게 해주었다.
내 책을 읽고 가장 정확하게 서평을 써 준 교회 최집사. 그는 서평을 써서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유럽에서 여행 중인 교회 청년이 그것을 보고 내 아들에게 사진을 찍어서 보낸 것을 아들이 내게 보내줬다. 나를 감동하게 만든 서평이 나에게 오기까지의 경로도 심히 놀라웠다. 지인 중에 초등학교 교사인 동생은 책을 읽고 책장마다 여백에 본인의 이야기를 기록해서 내게 보여줬다. 글을 읽고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책이라면서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보고 배운대로 실천을 잘하는 모범생 동생이다.
13살이 많은 지인 언니는 내 책을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10권을 샀는데, 책값보다 훨씬 많은 돈을 봉투에 담아줬다. 잘 못 넣은 것 같아 되돌려 주려고 했더니,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귀한 책이니 책값에 내 마음까지 더해서 보냈으니 좋은 곳에 쓰소.”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이런 모든 감동이 수필이었기에 가능하다. 치열하게 살아온 내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줬을 뿐인데 기특하게 잘 이겨내며 살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독자의 반응이 뜨거워 오히려 내가 더 감동을 받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 서로 본인의 이야기라고 공감해 줘서 감사하다. 어머니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내 어머니를 생각했고 어머니께 사랑한다는 전화를 드리게 되었다고 했다.
독자 중에는 나이를 막론하고 지난 세월을 대충 살아버린 날이 후회스럽다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앞으로 남은 삶은 계획성 있게 살겠다며 잊고 살았던 꿈을 다시 먼지를 털어내고 세상 속으로 꺼내 놓겠다고 독자도 있었다. 책 쓴 자로서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최고로 행복하다. 평소에 독서의 중요성과 글쓰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살았는데 이제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책쓰기의 황홀함에 대해서 말하고 다닌다.
2019년 봄날, 내 인생도 따뜻한 봄날이다. 가장 행복한 날을 즐기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최집사의 서평-
http://blog.daum.net/oo2000/7852035
-후배의 서평 블로그에 내 책을 읽고 올린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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