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천사를 만난 적이 있나요? 신의 사자나 종으로, 위험에 처했을 때 수호자 역할을 해주는 자를 천사라고 부른다. 그런 천사가 어느 날 내게도 찾아왔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위험한 상황에서 목숨을 건진 것은 보이지 않는 천사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박한 세상에 살면서 상처 받은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찾아온 천사도 있었다.
어느날 엄마 병간호를 하고 밤 11시 쯤에 병원에서 귀가하는 길이었다. 인적이 드문 늦은 시간, 사방은 어둑컴컴한데 비보호 좌회전 신호를 받고 대기 중이었다. 저 멀리서 직진으로 달려오는 차가 그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좌측에서 달려오는 차도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 정도 거리면 충분히 좌회전을 해도 될 것 같아 차를 좌측으로 돌렸는데, 앞에서 달려오는 차와 좌측에서 오는 차와 내 차가 순식간에 삼중 추돌이 날 뻔했다. 몇 센치미터의 거리를 1초 사이에 충돌없이 각자의 노선으로 돌아갔다.
“휴우~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직 제가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죠.”라고 중얼거리며 놀란 가슴을 여러번 쓸어 내리면서 감사 기도를 드렸다. 보이지 않는 천사의 돌봄으로 무사한 것 같았다.
나는 건설회사 회계팀에서 일한다. 일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언성을 높여 거래처와 싸울 때가 있다. 그날도 30분 동안 큰소리를 치고 나니 속이 쓰리고 아팠다. 퇴근후 학교에 갔는데 회사에서 있었던 일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마침 퇴근할때 아는 언니가 학교 끝나면 잠깐 집으로 들르라고 했다. 나는 겨우 1교시만 강의를 듣고 언니집을 찾아갔다.
언니는 나에게 직장 다니면서, 엄마 병간호도 잘하고, 신앙생활도 잘하고 교사로 봉사도 한다면서 계속 칭찬을 해줬다. 바쁜 틈을 내 학교에 다니면서 어려운 글도 쓰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면서 나를 대견하게 생각했다. 언니는 손수 준비한 맛있는 간식을 내 앞으로 자꾸 밀어주면서 어서 먹고 힘내라고 했다. 내가 회사 일로 힘들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언니와 얘기를 나누고 나니 많은 위로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친정 엄마가 시집 간 딸에게 싸주는 것처럼 바리바리 선물도 챙겨주셨다.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화애락 한 박스도 주면서 잘 챙겨 먹으라고 했다. 책을 사보라고 문화 상품권도 주고 온천을 좋아하니 산행 후 가라면서 온천 쿠폰도 주셨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이 귀한 언니의 사랑을 한아름 받게 되어 찢긴 영혼이 치유되는 것 같았다. 나는 언니집을 나오기 전에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보답해 드려야 할지 몰라서 일단 언니를 꼭 안아주고 집을 나섰다. 분명 그날 언니는 하늘에서 보내 준 천사가 맞다.
내 영혼을 맑게 닦아서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 주변에 천사같은 사람들이 보인다. 각박한 현실에 달콤한 솜사탕같은 말로 지친 자를 위로해 주는 천사가 있다. 넘어진 자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고 힘을 북돋아주는 천사도 있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남의 눈에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당연하다는 듯이 묵묵히 조용하게 베푼다. 천사같은 그들을 보면서 나도 더 베풀고 나누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잡게 된다.
무정한 세상에서 친절하게 손길 한번 내어주는 것도 이 시대의 천사가 아닐까. 오르막 길에서 힘들게 리어카를 끌고 올라 가는 자에게 손을 내밀어 밀어주는 자가 천사이다. 급박한 위험에 처한 자를 쳐다만 보지 않고 119에 전화를 해주는 자도 천사이다.
무심코 탁상 달력을 보니 마침 오늘은 직장동료의 생일이다. 생일을 맞이한 동료에게 출근하자마자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써서 작은 선물을 전해줬더니 환한 미소로 받는다.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나도 누군가의 천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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