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나눔
입춘(立春)이 지났으나 겨울의 뒷덜미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날씨는 여전히 쌀쌀하다.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일요일날 몸 상태를 최고로 유지한 남편과 함께 데이트 하는 기분으로 같이 집을 나선다. 좀 더 젊고 건강할 때 필요한 사람을 위해서 줄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 소중한 것을 주기 위해서다.
‘특별한 일이 없는한 한달에 꼬박 두 번씩 성분헌혈(혈장이나 혈소판)을 할 것이다’라며 올해 헌혈 목표를 20회 이상으로 정할 만큼 남편은 헌혈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갖고 있다.
혈액의 농도가 낮아서 헌혈을 하지 못하는 나에게 헌혈 하는 사람들은 부러운 대상이다.
그도 그럴것이 너무 자주 하는 남편에게 괜스레 나쁜 영향은 미치지 않을까봐 만류도 했다.하지만 헌혈이란 하고 나면 소멸 되는게 아니라 72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채워지는 것이며 건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누누이 나에게 설명하는 남편이다.
내 한번의 헌혈는 아파서 피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목숨과도 같은 귀중한 것이라고 하니 그저 좋은 몸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일밖에는 없다.
언젠가 ‘헌혈도 수입해서 쓴다’라는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인공 혈액은 만들 수 없으며 혈액은 35일 이상 보관할 수 없기에 지속적인 헌혈을 해서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헌혈의 집’은 뜻있는 젊은 사람들로 늘 붐비는 예전과는 다른 요즘 풍경이다. 젊은 연인들이 침대에 누워 같이 헌혈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연인들의 사랑은 꼭 결실을 맺어 당연히 백년해로(百年偕老)할 것 같다.
헌혈은 일석오조(一石五鳥)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뜻깊은 좋은 일도 하고 혈압도 체크하고 혈액 검사도 하고 사은품으로 영화티켓도 받는다. 그리고 헌혈을 30번 하면 은장훈장을 주고 50번 하면 금장훈장을 주니 부지런히 헌혈을 해서 자식에게 훈장을 물려준다면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나눈다는 것은 나에게 쓸모가 없어지고 온기(溫氣)가 사라진 물건을 버리기 직전에 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따스한 체온을 담아 크기와 생김새에 연연하지 않고 상대의 취향을 배려하여 꼭 필요한 물건을 나누어 줄 때 진정한 부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헌혈은 따뜻한 나눔이다.
아울러 죽어서 남기는 유품(遺品)보다 살아생전 나누어 주는 행동이 더 값진 것이라고 생각하며 켜켜이 쌓여 있는 마음의 먼지를 개운하게 털어내야겠다. 그래서 주는 기쁨속에 받는 사람도 기뻐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봐야겠다. 우선 마음의 정을 나누라고 있는 예쁜 편지지를 서랍에서 꺼내어 편지 받고 좋아할 친구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련다.
200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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